그렇게 나는 다시 삶을 선택했다
🔖 바다를 보고 있으니 분명해졌다.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알고 있다. 예전의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. 앞으로 내가 걸어야 할 길은 그 누구도 걸어본 적이 없는 길이다. 데이터도 없고, 정답도 없고, 지도도 없다. 영구 궤도 이탈이 발생한 것이다. 그렇지만, 괜찮다. 돌아갈 수 없으면 그냥 앞으로 나아가면 되니까. 오랜 시간 만들어진 내 궤도의 관성을 뿌리 치고, 새로운 궤도를 만들어가면 될 뿐이다. 계획했던 대로, 상상했던 대로, 염원했던 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았다고, 궤도를 이탈했다고 절망하고 슬퍼할 이유도 없고 시간도 없다. 돌아갈 곳이 없어졌으면 그냥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. 단순하다.
🔖 죽을 거면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다 하고 죽고 싶어서,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뭐든 해본다. 고민하고 분석하고 걱정할 시간에, 무조건 지르고 본다.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. 지금 내 앞에 닥친 과제를 충실하게 해결해야 한다. 지금 내가 있는 곳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. 어차피 죽을 거라 잃을 것이 하나도 없다. 뭐, 죽기밖에 더 하겠는가. 내 몸을 무겁게 짓누르던 평생의 군더더기들이 사라지고 알맹이만 남았다. 그렇게 가장 중요한 것들만 내 곁에 남았다. 그제서야 깨달았다. 나는 마지막으로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살고 있는 거라고.